연방항소법원이 오래간만에 고용주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즉, 직원 채용 시 중재동의서 (Arbitration Agreement) 서명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중재동의서 의무화 금지법’(AB51) 일부가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5일 제9 연방 항소법원이 AB51이 연방법을 위반한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려서 고용주들은 앞으로 직원 채용 시 재직 동안 노동법, 고용법 이슈를 소송이 아니라 중재 (arbitration)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이 중재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중재를 중재 변호사를 통해 할 경우 민사소송보다 비용이나 시간적 면에서 고용주들에게 훨씬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업원 원고 측 변호사들은 지금까지 소송에서 고용주의 중재동의서에 강제로 종업원이 서명했거나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이끌어 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재동의서 의무화 금지법은 지난 2020년부터 시행 3년 만에 불법이라고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고용주가 직원 채용 시 취업 조건으로 중재동의서에 서명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주법 AB51이 연방법에 저촉된다는 판결은 연방항소법원 재판관 3명 중 2명이 찬성했다.
이번 판결은 근거가 되는 것은 지난 1925년 제정된 연방중재법(FAA)이다. FAA는 고용주들에게 중재를 통한 해결을 허용하고 있어 그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B51의 중재동의서 의무화 금지 조항이 상위법인 연방법에 배치된다는 것이 이번 항소법원의 위법 판단의 이유다.
중재동의서 의무화는 직장 내 성폭력이나 각종 차별행위, 임금 체불 등이 발생할 경우 소송을 통해 공개 재판을 하는 대신 반드시 먼저 비공개 중재 절차를 거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구직자가 의무적으로 서명하는 제도로 취업 조건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주류사회 취업의 관행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의 AB51 법안은 이 같은 취업 관행에 철퇴를 내린 법으로 중재동의서 의무화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9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입법화됐고 지난 2020년부터 시행 중이어서 직원이 중재 절차 없이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고 중재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고도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위법 판결로 AB51의 중재동의서 의무화 금지 조항이 무력화되면서 고용주 측이 일단 승리했다.
AB51 법이 시행되자 고용주 측의 반대 속에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소매협회(NRF) 등 고용주 측 단체들이 연방법원에 AB51 시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제9항소법원 3인 재판부에서는 AB51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1심 결과와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롭 본타 가주 검찰총장은 즉각 항소할 뜻을 비쳤다. 본타 검찰총장은 11인 판사로 구성된 확대 재판부의 연방순회항소법원이나 연방 대법원에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로 중재동의서를 갖추고 있는 일부 한인 고용주들도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중재동의서 의무화 금지가 핵심인 AB51이 이번 판결로 무력화되어서 채용 시 중재동의서에 직원의 서명을 반드시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고용주들이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번 기회에 중재동의서를 갖추지 않은 고용주들은 이를 준비해야 하고, 중재동의서가 있는 고용주들도 중재동의서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법에 이 동의서들이 근거하고 있는지 노동법 전문변호사의 검토를 받아야 하고 직원들이 그 내용들을 다 숙지하고 서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편 본 사무실은 지금까지 여러 재판으로 효율적으로 이용된 영어와 스패니시로 되어 있는 중재동의서를 작성해서 고용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