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과 IT가 교육으로 만나다
스마트블록 만든 프레도 김관석 대표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놀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교과서는 옛날과는 사뭇 다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과 활동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학습 부담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습’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영악하게도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만 쏙 취하고 학습효과를 기대할만한 단계에서는 손을 놔버리곤 하니까.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놀면서 배우는 스마트블록을 개발한 김관석 대표로부터 놀이와 학습을 조화시켜 나간 과정을 들어본다.
스마트블록은 기존의 블록 완구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생소한 개념의 제품이라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기존의 블록은 장난감으로서의 기능이 강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조합을 통해 공간지각능력이나 창의력을 키운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러나 여기에 교육적인 효과를 강화한다면 훌륭한 학습교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어요. 특히 아이에게는 생활 자체가 놀이고, 그래서 놀이를 통해서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주목한 것이 교육컨텐츠와 IT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블록은 다양한 색과 모양의 블록을 쌓아 여러가지 형태를 만드는 식으로 활용합니다. 따라서 블록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조합’이죠.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나 아이들의 학습과정도 일조의 조합입니다.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고 개념을 조합해서 지식을 얻으니까요. 그렇다면 블록에 단어나 개념을 부여하면 이를 조합하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높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IT 기술을 더하면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입체적인 교육이 가능해지지요.
구체적으로는 스마트블록을 아이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블록을 활용하는 예를 들면, 영어 단어가 적힌 블록을 어순에 맞게 맞추면 자동으로 문장을 읽어주거나, 숫자와 연산기호가 적힌 블록을 조합해서 계산식을 만들면 답이 정확한지 틀린지 알려주는 식입니다.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단어를 대입해서 여러 조합을 시험해 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제 딸이 ‘I’, ‘play’, ‘with’, ‘friends’라는 네 가지 단어가 적힌 블록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더니 저에게 ‘friends’ 대신 ‘snow’를 넣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죠. 그런 식의 조합은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까요. 아이가 문장이 단어의 조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스스로 단어를 조합해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개념을 적용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부분에 적용되었는지요?
사물인터넷은 여러 제품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와 부모의 상호작용을 위해 스마트 블록에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했어요. 아이들이 블록으로 학습한 내용을 부모님 스마트폰에 보낼 수 있어서 아이의 학습 수준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요.
아무래도 자녀들이 가장 좋은 조언자였겠네요.
아이들 덕분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죠. 스마트블록 개발을 결심하기 몇 년 전 저도 아들에게 한글을 학습시키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아들은 금방 지루해하고 곧 제 장난감만 가지고 놀았죠.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가 가르치려는 것이 아이에게 맞는 건가,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다 역효과만 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친숙하게 느끼는 장난감으로 학습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사업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2013년 하반기부터 사업화를 준비해 왔어요. 마침 2013년 10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 신규과제’를 선정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주의깊게 지켜봤는데 이 중 ‘지능형 블록 및 인터랙티브 토이 시스템 개발’이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이 과제가 놀랍게도 제가 2006년에 등록한 3건의 특허와 내용이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변리사의 도움을 얻어 선정된 과제보다 제 특허가 원전특허로서 더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이미 받아놓은 특허의 효력이 더 강해질 수 있었지요.
특허를 강하게 한 게 첫 번째 계기라면 2013년 모집한 ‘스타트업 2013’은 두 번째 계기이자 지금의 프레도를 있게 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 때가 사업을 준비한 지 1달 보름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운 좋게도 50대 1의 경쟁을 뚫고 스타트업 공모전의 최종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본선의 현장 평가에서는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3위를 차지하여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가장 큰 성과는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시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요?
창업하고 1년 동안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제품 생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한다는 것이 복잡하기도 하고 결정할 사항도 많은 일이니까요. 가장 고민은 생산단가였어요. 2013년 12월에 1차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때까지만 해도 뿌듯했습니다. 특허를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실현시켰으니까요. 그런데 가격이 문제였지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너무 비싸면 살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창조경제타운의 멘토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바로 블록으로 조합된 연산이나 문장을 인식하는 컨트롤 블록을 별도로 1~2개만 두고 나머지 블록들은 자기정보를 내장한 단순 블록으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결과 생산단가를 80% 이상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국제특허까지 얻을 수 있었지요. 이 때의 고민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능형블록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에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창업을 준비하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빨리 특허로 권리화하지 않았다면 다른 분이 먼저 스마트블록의 원천기술을 등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으니까요.
또 하나 조언이 있다면 다양한 지원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저는 창조경제타운의 멘토와 연계 기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있었기에 걱정했던 것보다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지원 프로그램들은 찾아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기관이나 멘토분들이 많으니 아이디어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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