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찾기로 출발한 손 안의 트레이너, 헬스핏을 만든 강호준 대표 인터뷰
강호준 대표 ⓒ ㈜도넛시스템LSI
몸 관리의 시작은 체지방 관리부터 시작하죠. 그만큼 꼼꼼하게 챙겨야 할 체지방량이지만 의외로 자신의 체지방량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뱃살을 잡아서 얼마나 두껍나 재 보는 정도죠. 그도 그럴 것이, 체지방량을 제대로 재려면 피트니스센터나 보건소에 있는 체지방 측정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이 체지방량을 자주 확인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휴대전화만 있으면 간단하게 체지방량을 잴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마치 작은 리모콘처럼 생긴 센서를 휴대전화에 연결하고 앱을 실행시킨 후, 센서에 손가락을 올리기만 하면 휴대전화의 화면에 체지방량부터 근육량, 기초대사량에 이르는 정보가 한 번에 나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측정 이력을 보관해두고 여러 이용자들 사이에 랭킹을 정해서 경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몸 만들기 경쟁,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요?
닮은 꼴 연예인을 찾으려다 시작한 체지방 측정기
이 기특한 제품이 바로 ㈜도넛시스템LSI에서 만들고 SK텔레콤이 출시한 휴대용 체지방 측정기, UO 헬스핏(Healthfit)입니다. 헬스핏은 원래 아이루시르(iLucir)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SKT의 투자를 받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델로 재등장했습니다. 대기업에서 가능성을 높게 점쳐 자사의 라인업으로 편입하려 할 만큼, 아이루시르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것이지요.
헬스핏의 전신, 아이루씨르. 귀엽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습니다.
ⓒ ㈜도넛시스템LSI
꽤나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했을 것 같은 아이루시르지만, 시작은 약간 엉뚱했습니다. 도넛시스템LSI의 강호준 대표는 국내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막 열리면서 앱이 대유행한 것이 아이루시르를 개발하고 창업하게 된 계기라고 회상했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전화기뿐 아니라 앱스토어의 수많은 앱도 큰 화제거리였지요. 당시 유행했던 앱 중에 ‘푸딩’이라는 앱이 있었어요.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닮은 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앱이었죠. 이 앱을 보면서 닮은 꼴 몸매를 찾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아이루시르의 시작이었죠.”
‘닮은 몸매 찾기’ 아이디어는 아이루시르 앱의 체형판정 기능으로 구현됐습니다.
엉뚱한 발상이 낳은 유용한 기능이었지요. ⓒ ㈜도넛시스템LSI
시작은 엉뚱했지만 과정은 정교했습니다. 회사 이름에 LSI가 들어가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강호준 대표의 전공분야는 반도체 설계였습니다. 엔지니어답게 닮은 꼴 몸매를 찾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지요.
“체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체지방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어요. 그 때부터 목표는 ‘앱으로 체지방을 측정해보자’가 되었지요. 체지방만 측정할 수 있으면 체형도 쉽게 알 수 있고, 닮은 꼴 연예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3년간의 준비, 마침내 빛을 보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하는 일은 잔뼈 굵은 엔지니어인 강 대표에게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온갖 허가와 서류였습니다.
“개발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야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면 됐으니까요.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체지방 측정기를 팔려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6달이나 걸린다는 걸 몰랐던 것이죠. 그렇게 여섯 달을 흘려보내면서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꽤 힘들었습니다.”
SK텔레콤 브랜드로 발표된 헬스핏.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자인과 편의성을 선보였습니다. ⓒ SK텔레콤
이 고비를 지나고서도 정식 출시에 이르기까지는 회사를 설립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도 FDA 승인을 어렵지 않게 얻으면서 수출길도 활짝 열렸습니다.
“2015년 11월에 열린 수출상담회가 큰 도움이 됐어요. 잠시 동안이나마 미국 시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덕분에 현지 취향에 맞추어서 영문 페이지를 설계하고 제품도 개선할 수 있었죠.”
강 대표는 디자인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남달랐는데요, 아이폰 주변기기들의 분위기에 맞게 단순하고 간결하게 다듬어진 디자인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든든한 무기였다고 합니다.
헬스핏은 아이루시르보다 한층 날렵해졌습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앴죠.
엄지손가락만 대면 끝인 편리한 사용성은 그대로 계승했군요. ⓒ ㈜도넛시스템LSI
“디자인이 잘 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휴대용 제품이라 디자인이 중요한 승부처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노력이 인정받았는지 GD 마크를 얻기도 했지요. 나중에는 블루투스 모듈을 이용해서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앨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투자를 받아 SK 브랜드로 헬스핏을 출시했습니다. 헬스핏은 아이루시르보다 미려하고 깔끔해진 디자인에 ‘주머니 속의 트레이너’라는 콘셉트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가격도 보기보다 저렴해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생각한 것이 실현되는 기쁨이 창업의 원동력
“제가 만약 멘토라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해 줄 것입니다. 2009년에 창업한 이후의 경험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도 생각과 목적지만 확고하다면 길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을 몸으로 깨달았거든요.”
광고는 제품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SK텔레콤에서 낸 광고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건강과 몸매를 관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묘사했지요.
강 대표는 이것이 앞으로 자신이 일구어 나갈 프런티어라고 합니다. ⓒ SK텔레콤
강 대표는 창업 이후의 삶을 예술가의 삶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회상합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생각이 점점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사업이 창작과 상통한다는 것이지요. 강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에게도 예술가의 마음가짐,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주문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푸딩 앱을 접하고 닮은 꼴 몸매를 찾아주는 앱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을 때, 지금처럼 의료기기를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출발점이지만 생각을 하나하나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고 과정을 즐기다 보니 헬스핏과 같은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과정의 가치를 알고 기다릴 줄 알아야 좋은 결실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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