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5 (수)

창조경제타운

[타운이 만난 사람들 02]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근 교수, 아이디어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슘페터 학파 경제학의 대가


시장을 움직이는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에서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는 경제추격론의 대가입니다. 2008년부터 경제추격연구소를 설립하고 후발경제가 선진경제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지요. 한편으로 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슘페터 학파의 경제학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국제 슘페터 학회의 학회장으로 선출되어 2016년부터 그 임기를 시작하기도 했지요.

 

슘페터 학파라는 말이 생소할텐데요, 흔히 말하는 기업가 정신, 창조적 파괴와 같은 말이 이 학파의 이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아이디어가 기존의 기술체계를 파괴하면서 발전한다는 이론이지요. 쉽게 생각하면, 공중전화에서 삐삐, PCS,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보면 됩니다. 새로운 제품이 이전의 제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발전합니다. 그리고 이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낸 이가 새로운 산업체계의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슘페터 학파 경제학의 대가, 이근 교수로부터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창조적 파괴의 힘, 아이디어

 

“경제학에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란 경제적 성과로 연결되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하는 혁신을 뜻합니다.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니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창조적 파괴를 이끄는 아이디어는 실용성과 더불어 실현가능성, 진보성과 같은 요소들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야말로 모든 혁신의 바탕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모든 아이디어가 혁신을 이끌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와 기대할 수 없는 분야가 따로 있지요.

 

이 교수는 ‘기술 사이클’에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술 사이클이란 기술이 고안되서 폐기되기까지의 주기를 말하는데요, 이 주기가 짧을수록 혁신의 기회가 자주 나타나므로 후발주자에게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른 IT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에 의한 역전이 종종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일본이 미국을 밀어내고, 한국이 일본을 대신하고, 또 중국이 한국을 바짝 추격해서 일부는 앞선 것처럼요. 불과 50년도 안 되어 선두주자가 세 번이나 바뀐 것입니다.

 

반대로 제약처럼 한 번 개발하면 오래 유지되는 기술은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렵다고 해요. 그런 점에서 선도자의 위치로 변화하는 한국은 그간 쌓인 역량을 활용해서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혁신은 선두주자에게는 위기이지만 후발주자에게는 기회입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어야 해요.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패를 여럿 준비해 두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의 기회를 제대로 읽어내기만 한다면 시장을 원하는대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혁신은 남에게 떠밀리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이루어내야 합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지요..”

 

 

아이디어, 산업과의 연계가 중요

 

“한국은 모범적인 성장모델입니다. 생존에 당장 필요한 기술부터 시작해서 차츰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시장경쟁력을 향상시켜가는, 지속가능성이 큰 전략이지요.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합니다.”

 

창조적 파괴 이론을 잘못 해석하면 자칫 ‘한방’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창조적 파괴는 한방이 아닙니다. 1등의 실수를 틈타 선두로 치고 나가려면 적어도 선두다툼을 할 정도의 실력은 있어야 합니다.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경험과 노하우, 기술이 바로 이런 실력이지요.



삼성의 신제품 스마트폰 언팩 행사. IT 업계는 기술주기가 빨랐기에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유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추격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 삼성전자


이 교수는 그런 점에서 과학기술을 발판으로 발전해 온 한국이 모범적인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연구가 꼭 훌륭한 경제를 보장하지는 않지요. 그는 연구성과보다는 경제주체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특허가 더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합니다.

 

“남미 국가들을 예로 들어 보죠. 남미 국가들은 학문적으로 수준 높은 성과들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한때 선진국 반열에 들었던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인력 풀이나 연구 인프라도 우수한 편이지요. 그러나 현재 경제적으로는 그리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는 학술적인 성과가 곧 경제적인 성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남미의 반대 사례가 미국이나 독일, 일본처럼 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학술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가 함께 성장하지요. 결국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사업화하지 않으면 경제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행기의 전략, 융합

 

그렇다면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화두가 됐던 융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융합은 이미 지니고 있던 장점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해서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시너지 효과가 높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기술을 의료분야에 접목시켜서 원격진료 기술을 개발하거나, 3D 모델링 기술을 화학에 적용하여 반응을 예측함으로써 공정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IT 기술을 활용하여 기초, 원천 분야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에서 ‘2차 IT 혁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바이오나 제약 분야는 아직 우리가 도전하기에는 부담감이 있지요.
그래서 자신있는 IT 기술로 보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행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원격진료와 같은 서비스는 대표적인 이행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순천향대학교


넓은 시야로 여러가지 기술들을 조합해서 약점을 장점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방향성 잃은 융합은 혁신으로서의 가치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시장에서 검증받기 전까지는 어떠한 융합이 성공적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교수는 불확실성이야말로 혁신의 속성이고 위험을 감수해야 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분명한 지향점을 향하는 것이야말로 혁신하는 사람, 기업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지요.

 

“혁신은 불확실성이 큽니다. 자신이 지닌 기술이 남들에게 파괴적인 혁신이 될지, 자신에게 파괴적인 족쇄가 될지는 미리 알기 어렵지요. 따라서 모든 혁신은 위험을 감수한 행동입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니 따지고 보면 100% 합리적인 활동도 아니지요. 그러나 이처럼 일견 비합리적인, 무모할 수도 있는 행동이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지속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피라미드식으로 목표가 결정되는 관료적인 조직보다는 가벼운 조직이나 개인이 혁신에 더 유리하기도 합니다.”

 

이 교수가 설명한 혁신의 원리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미래의 패러다임을 개척할 혁신의 주체는 다름아닌 수많은 개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교수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이면서도 냉정한 충고를 합니다.

 

“혁신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역사에서도 혁신에 성공한 이들 주변에는 실패한 사람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운이 아닙니다. 준비입니다. 탄탄한 기술과 지식이 있어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시장조사도 허술한 아이디어는 혁신에서 거리가 멀 확률이 높지요. 그래서 창업은 과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합니다.”

 

과감하되 준비해야 한다, 이 말이야말로 창업의 가장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창조경제타운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겠지요.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 말입니다.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9년 미국 UC버클리 경제학 박사

△1989~1992년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 책임연구원

△1992년 영국 애버딘대 조교수

△199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마키스 후스 후' 등재 △2004~2005년 세계은행 컨설턴트

△2006~2008년 서울대 중국연구소 소장

△2010년 현대중국학회 회장

△2011년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1992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2004년~ ㈔경제추격연구소 소장

△2012년~ 유엔 개발도상국 개발계획 수립 상설 자문기구(UN-CDP) 자문위원

△2013년~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2015년~ 제3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016년~ 슘페터학회 회장



출처: 창조경제타운